
- 영화 :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 2007)
- 감독 : 케빈 리마
- 출연 : 에이미 애덤스, 패트릭 뎀시
그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모아모아 재활용한 깜찍한 영화가 등장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월트 디즈니의 성 로고 속으로 들어간 고전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초반부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디즈니의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 '지젤'과,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 '에드워드', 그리고 반드시 존재하는 반동인물 '여왕 or 마녀'가 등장하여 사건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암시한다. 진짜 이야기는 여왕의 계략으로 우물에 빠진 '지젤'이 뉴욕 맨해튼의 맨홀을 뚫고 나오면서 시작된다.

맨홀을 뚫고 나온 지젤은 거리를 헤매다가 이혼 전문 변호사 '로버트'에게 발견되어 당분간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로버트는 약간 머리가 돌아버린 것 같은 이 아가씨 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되고 빨리 집으로 되돌려보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지만 어느새 지젤을 사랑하게 된다. 지젤과 로버트가 함께 지내는 동안 디즈니 세계에서 지젤을 찾아 뉴욕으로 온 에드워드 왕자, 그리고 그들을 막기 위해 뒤따라 온 마녀까지, 참 예측하기 쉬운 줄거리다 =_=
이러한 뻔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마법에 걸린 사랑>은 상당히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지젤의 캐릭터가 사랑스럽고, 홀딱 빠져버릴 것 같은 미소의 소유자 로버트 아저씨도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결합한 시도가 참으로 신선하다.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젤의 동물 친구들은 <신데렐라>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백설공주>의 마녀와 독사과, 왕자님의 진실한 사랑의 키스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빌려왔다. 센트럴 파크 호숫가의 바위 위에 앉아있는 지젤과 그녀를 바라보는 로버트는 <인어공주>의 한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무도회 장면은 <미녀와 야수>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로버트는 야수라고 하기에는 심각하게 잘 생겼지만 -_-) 건물 꼭대기의 결투신도 <미녀와 야수>의 마지막 장면과 닮아있다.

그리고..... 디즈니 세계와 뉴욕을 잇는 시공간의 홀은 돈데크만과 오마르 왕자, 샬랄라 공주가 나오는 <시간탐험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니고 -_- 아무튼!
<마법에 걸린 사랑>은 배경이 뉴욕이니만큼, 아름다운 뉴욕의 모습을 곳곳에 담는 데 열심이다. 지젤과 로버트의 첫 만남에서 "Welcome to New York."이라는 로버트의 대사는 지젤이 아니라 관객에게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지젤은 타임스퀘어 한복판의 맨홀을 뚫고 빠져나온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카메라는 브로드웨이의 온갖 뮤지컬 포스터를 비춘다. 압권은 센트럴파크의 뮤지컬 장면. 공원 곳곳을 누비며 노래하고 춤추는 지젤은 '이 자유롭고 활기찬 뉴욕에 어서 오세요'라는 뉴욕 광고의 모델 같다. 심지어 브루클린 다리 위를 걷는 에드워드 왕자는 목에는 I♥NY 보온컵을 걸고, 머리에는 자유의 여신상 왕관을 쓰고 있어 걸어다니는 기념품 샵처럼 보인다.
뭐, 뉴욕 광고면 어떠하리. 정말 한번 꼭 가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데.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백치미 흐르는 아가씨를 연기하기에는 살짝 나이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지젤을 맡은 에이미 애덤스의 연기는 천연덕스럽다 못해 살아있는 디즈니 캐릭터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뉴욕의 왕자님, 로버트 역을 맡은 패트릭 뎀시를 빼 놓을 수 없다.

매년 새로운 시즌 방영이 시작되면 동시간대 수많은 쟁쟁한 드라마들을 제치고 시청률 1위의 영광을 놓지 않는 미드 최강자가 있으니 바로 <그레이 아나토미>다. 거기서 여주인공 메르디스 그레이의 상대역을 맡은 매력적인 남자, 닥터 셰퍼드가 바로 패트릭 뎀시다. 그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성공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데 (제 1의 전성기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음 -_-) 그 덕에 월트 디즈니 신작의 주인공 자리까지 당당하게 꿰찬 모양이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주인공 메르디스의 눈웃음은 숨이 멎을 정도로 매력적인데, 그 메르디스를 향해 만만치 않은 미소를 날리는 남자가 이 아저씨다.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도 왕자님을 찾아 헤매고, 동물과 대화하는 정신나간 아가씨를 상냥하게도 거두어-_- 주는 인정많고 능력있는 변호사 아저씨를 연기해주셨다. 보는 내내 어찌나 심장이 두큰두큰하던지.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철이 좀 들 법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어렸을 때보다 유치한 이야기에 더 가슴이 설레고, 나도 맨홀에 몸을 던지면 저쪽 세계에서 로버트 같은 아저씨가 이 한몸 거둬주실 것 같은 착각에 빠지니 참 큰일이다.
그래도 이런 착각조차 없다면 삶이 참 무미건조해질테니까, 해가 되지 않는 정도라면 가끔은 황홀한 착각으로 지친 심신을 달랠 필요가 있다. 무료한 방학에 Walt Disney Presents는 내게 두시간의 즐거운 공상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다.
그런데...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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