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타닉 놀이 中, Pheobe & Sidney
빅토리아 여행을 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인지심리를 같이 듣는, 타이완에서 온 에드워드라는 남자애가 있다. 지지난주 금요일에 수업이 끝나고 함께 피자를 먹다가 고대에서 온 교환학생 에이미언니를 만났다. 에이미언니가 날더러 주말에 여행계획같은 거 없냐고 물으며 자긴 다음주 일요일에 빅토리아를 간다고 했다.
"Victoria? With who?"
"(에드워드를 턱으로 가리키며) 쟤랑"
에이미언니가 '일요일'에 간다고 했기 때문에 난 빅토리아가 어디 밴쿠버 옆 동넨 줄 알고, 그렇다면 나도 껴달라고 졸랐다. 에이미언니도 에드워드도 흔쾌히 허락하길래, 다음주 일요일은 빅토리아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담주 화요일 밤에 여행 문제로 에드워드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가 하도 끊겨서 메일로 이야기하자고, 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메일을 열어봤더니...
우리 이번주 금요일에 빅토리아에 갈 거야. 돈 쫌 가져오렴. (호스텔 2박에 51불, 교통비 30불, 고래 보기 100불 그리고 기타 등등)
금요일? 호스텔 2박? 이건 뭥미?
에이미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아, 2박3일로 가는 거고, 열명이서 가는 건데............"
-_- 그래서 의도치 않게 장거리 단체관광에 끼게 되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출발 당일날 약속장소에 돈만 들고 갔다. 교통편, 숙소 예약 등등은 그룹 내의 리더가 이미 다 처리한 상태였다. 빅토리아 시내 지도는 고사하고 캐나다 지도에서 빅토리아가 어디쯤 박혀있는지도 확인 안 하고 갔으니, 뭐 말 다했지 =_=
알고봤더니 빅토리아는 BC주의 주도로, 캐나다 서부 연안의 큰 섬, 밴쿠버 아일랜드 내의 가장 큰 도시였다. 밴쿠버 아일랜드고 뭐고 다 좋은데, 가는 길이 멀다는 거.....
사실 빅토리아로 떠나는 날에도 지도 한번 안 본 상태라서 그렇게 먼 줄 몰랐다.

밴쿠버와 빅토리아 사이의 바다에 보이는 파란 점선이 페리 루트이다.
나는 밴쿠버에서도 바닷가에서 먼 쪽인 버나비 산 속에 살고 있는데, 페리를 타러 밴쿠버 저 끝, 이름도 이상한 Tsawwasan Bay까지 나가는 데만 두시간이 걸렸다. 네시에 출발해서 여섯시 페리를 딱 맞춰 탈 수 있었다. 페리도 또 두시간쯤 걸려서, 빅토리아의 Swartz Bay에 도착하니 이미 여덟시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항구에서 빅토리아 다운타운까지 버스로 또 두시간!! -0-
항구에서 다운타운까지 가는 길이 어찌나 시골인지 불빛조차 드물어서 바깥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야밤에 우리가 제대로 가고는 있는 건지, 잘못되어서 이런 캄캄한 곳에 내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될 정도였다.
[출발지 : 학교] 버스 - 지하철 - 지하철 - 버스 - 버스 - [Tsawwasan Bay] - 페리 - [Swartz Bay] - 버스 - 버스 - [도착지 : 다운타운 호스텔]
결국 열시에 호스텔에 도착했을 땐 모두들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
호스텔은 생각보다 작아서, 바깥에서 보면 마치 가정집 같이 생겼다. (내부도 가정집 같긴 했다.) 낡아서 움직일 때마다 끽끽 소리가 나는 이층침대가 네개 들어있는 방에 여자애 여덟이 짐을 풀고, 남자애 둘은 다른 방에 묵게 되었다.
호스텔 복도 벽에 북미 전도, 밴쿠버 아일랜드 전도, 빅토리아 다운타운 지도가 붙어있었다. 한심하게도 나는 빅토리아에 도착해서야 빅토리아가 어디 붙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밴쿠버 아일랜드 전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에드워드가 지나가면서 하는 말.
"밴쿠버 아일랜드가 타이완만한 섬이야."

대만 크기라는 밴쿠버 아일랜드 =_=
이럴 때 캐나다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나라라는 걸 실감한다. 그치만 인구는 남한보다도 훨씬 적다는 거. 그러니까 캐나다 전체 면적에서 사람이 사는 곳이 10%밖에 안 되겠지.
오는 길부터 이렇게 험난했으니, 앞으로 이틀간의 관광도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안고서, 감기들라 후드 집업까지 뒤집어쓰고 삐걱거리는 이층침대로 기어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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