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of Concrete Gables :: 상수시 궁전 - 포츠담

Anne of Concrete G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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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loß Sanssouci
07.01.05



유럽에 와서는 매일밤 꿈을 꾸는데 하룻밤에 꾸는 꿈만 해도 한 두개가 아니라서 자고 일어나면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이 푹 잔 것 같지도 않아 개운하지가 못하다.

아홉시쯤 느지막히 일어나 씻고 혼자 나왔다. 나만 일어나면 금방 따라 일어나던 동생이 오늘은 피곤한지 일어나질 않아서 잠시 공중전화를 이용하러 나왔다.  엄마도 안 받고, 집 전화도 안 받길래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돌아왔는데도 동생이 자고 있길래 깨워서 민박집 아주머니가 끓여 놓은 된장찌개에 밥을 먹었다. 어제 아침에 먹은 김치찌개도 정말 맛있었는데 된장찌개도 환상이었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나왔더니 벌써 열한시였다. S-Charlottenburg역에 가서 S-bahn을 타고 포츠담으로 향했다. 포츠담은 우리의 슬픈 근현대사 때문에 유명한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주도. 여기에 상수시 궁전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도 몰랐으니까. 여행 준비를 하도 대충 하고 왔더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베를린에 도착해서 어딜 가볼까 하고 책을 뒤져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사진이 있었다. 세계사 책에서 로코코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 지겹게 나오던 상수시 궁전이었다. 친구를 만난 것과 같은 반가운 기분이었다. 마침 포츠담이 베를린에서 S-bahn으로도 이동이 가능한 가까운 거리이기도 했고 3일째가 되자 베를린 시내에서 더 구경할 게 없기도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포츠담으로 향했는데 포츠담 중아역에 내리자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거센 비를 보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유럽의 비는 우리나라 장마처럼 지겹게 오지 않고 금방 그치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비가 그칠 때까지 역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동생을 역 안 벤치에 앉혀놓고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나쳤던 빵집이 자꾸 눈에 밟혔다. 결국 빵집으로 돌아가 0.29유로 짜리 손바닥만한 바게트 두개를 사 왔다. 반씩 쪼개서 동생이랑 나눠먹었는데 빵이 따뜻하고 고소한 게 눈물나게 맛있었다.

빵을 다 먹고 났더니 비가 그쳤다. 역 밖으로 나가 695번 버스를 타고 Schloß Sanssouci 정류장에서 내렸다. 궁전은 생각보다 예쁘지도 않고 입장은 독일어 가이드를 대동하고 매시 정각에만 가능하다고 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설명은 독일어로만 가능하며 독일어를 모르면 다른 언어의 텍스트를 제공할테니 고르라고 했다. 당연히 한국어는 없길래 영어로 된 세 장짜리 텍스트를 들고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녔다. 독일어는, 참, 고1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4년간 배운게 무색할 정도로 잘 들리지 않았다. 어디가서 배웠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궁전 내부는 생각보다 훌륭해서 실망이 싹 가셨다. 도서관도 우아했고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Guest room. 아주 호화스러운 게 나도 이런 데 초대되어서 하룻밤 묵어봤으면 싶었다. 그치만 천장도 높고 마룻바닥에 방이 크고 썰렁해서 저녁에는 좀 추울 것 같았다. 상수시 궁전이 여름 궁전이라니까 뭐 덜 춥겠지만 그래도 밤에 잘 때 추운 건 너무 싫다. 한참 이런 생각을 하다가 유럽 와서 밤마다 얼마나 추위에 떨었으면 이런 생각을 할까 싶어 잠시 나 자신이 안쓰러웠다.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와서 뒤쪽으로 돌아봤더니 사진에서 보던 그 상수시 궁전의 아름다운 자태가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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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원형 Collonade

우리가 처음에 들어 갔던 쪽이 궁전 뒤쪽이었나 보다. 거기에는 반원형으로 늘어선 콜로나데(열주)만 있어서 참 볼 것도 없다고 매우 실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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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 옆에 있던 의미를 알 수 없는 문

문인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서울대공원에 있는 새 가두는 닭장 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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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 앞의 분수대

궁전에서 계단을 내려오니 잘 꾸며진 네모 반듯한 정원가 분수대가 있었다. 김밥과 샌드위치를 싸서 피크닉이라도 나오면 좋을텐데.

궁전을 나와 다시 695번 버스를 타고 포츠담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아까 그 빵 맛을 못 잊어서 또 사먹었다. 아까만큼이나 맛있었다. 이러니까 살이 빠지기는커녕 찌기만 하는 거다. 남들은 유럽와서 살이 쪽쪽 빠져서 돌아간다는데 난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만 있으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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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00:36 2007/08/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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